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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석 달이 지났다. 우선 이사를 했다. 처음으로 독일에서 화물차를 몰았는데, 짐 내리고 실으면서 말도 못하게 고생을 했다. 이사를 하고 정착을 도왔고, 가선 면접을 또 한 번 더 봤다.짬내서 면접 준비 겸 발표 자료도 만들고, 중간에 학교 한 두 군데 지원서도 냈다. 힘들게 작별 인사하고 돌아와선 정신 없이 뺑뺑이를 돌았다. 원고, 투고, 나가리 나고. 이 사이클을 세 번 정도 돌았고 우여곡절을 거쳤고, 계획했던 몽골 출장은 포기하게 됐다. 몇 번 인가 힘들 때 운동장에 가서 야구공을 던지고 받았다. 무척 늘었다 내 캐치볼은. 자전거를 고쳐선 더워지는 춘천을 느꼈고, 가끔은 침대에 누워 아무 생각도 없이 인터넷 뉴스만 몇 시간씩 보는 게 휴가의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어려운 원고를 몇 개 보고, 처음으로 심사도 해 봤고, 이상한 작은 권력의 느낌에 자못 섬찟하기도 했다. 하루는 시내에 나가 온종일 비를 맞으며 돌아 다녔던 것을 잊을 뻔 했다. 어렵게 시작해 더 어렵게 끌고 왔던 교리 공부를 마치고 감사하게도 정식으로 천주교인이 되었다. 알베르토 마그누스. 홍차를 만나 2002년 부터 2008년 까지 순회를 했다, 정다운 이름을 발견하는 거리. 취직이 됐다는 반가운 메일을 받고 요새는 짐을 싸고 있다. IMK-IFU란 곳인데 3년 만에 다시 돌아가는 바이에른이다. 새로운 3년을 약속 받았고, 어쩌면 3년을 더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력서를 들춰만 봐도 압박인 사람들 틈에서 잘 할 수 있을 지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너무 기다렸던 일이고, 기회인데 지금 까지 열심히 살아 왔음을 감사하기 보단 앞으로 얼마나 더 잘 해야 마음이 편할 지 불안해 하게 된다. 가면 다시 만느를 만나고, 내 오래된 하늘색 자전거, 그리고 동네 맥주.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온 20년을 끝내고 나 보단 무언가 다른 사람을 위해 다시 살아 보고 싶은 새 20년을 만나려고 한다. 가선 이번엔 정말, 멋있게 한 번 살아 봐야지. 하루는 집 앞 높은 산을 오르고 싶고, 하루는 바깥 경치만 보면서 앉아 있고 싶다. 요구되는 일을 멋지게 해내고 남은 시간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아니 이 기미가 깔려오는 세계에 뭔가 도움이 될 그런 일을 하고 싶다. 우주가 무한한데, 또띠에 나왔던 이 대사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진 않을 것 같다. 그 무한한 우주를 주고 싶다 그리고 내 이 모든 걸 곁에서 지켜봐 주는 만느에게. 마무리는 마누라로 해야 만사가 형으로 통하겠지, 역시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