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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책을 읽다가

요사이 책을 다시 읽는 게 몇 권 있다. 앙리 피렌느 도시학 고전이랑 다소 폭 넓은 시각으로 쓰인 경제사상사 책 - 보수적인 역사학자가 썼으나 꽤나 읽으면서 도움이 되는 - 마르탱 게르의 귀환도 다시 읽고 있다. 한 주 쯤 전에는 석사 때 부터 들고 다니는 논문 더미를 정리하면서 예전에 공부했던, 인쇄했던, 노트했던 주제를 한 번 흝어볼 수 있었고, 뭐랄까 그냥 깊은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공부 열심히 했고, 그런대로 방향도 잘 잡아가고 있었던 것 같은데.. 뭐 하고 있지 지금.. 그냥 생활에 파묻혀서 허덕허덕 그 날 그 날 할 일에 치여 사는 지식의 일용 잡부  같은 기분이 계속, 계속 나를 괴롭힌다. 잊어가던 공부에 대한 내 꿈이 날이 따뜻해지면서 슬금슬금 기어나오는 기분과 함께. 내 학위논문 뼈대를 세워놓고 보니, 왜 이리 황량한지, 쓸쓸한지. 뭘 한 건지 지난 3년 간, 나 더 재밌는 것 하고 싶은데. 왜 이리 시간은 없고 뭔가 중요하지 않은 일에 쏟고 있는 것 같지 하는 자책감. 
한 가지 설명은 내가 그간 몇 년 간, 분석의 방법에 집중했었다는 것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고,  문제의식의 다채로움에 비할 수 없이 초라했던 분석적 사고방식을 개량하는 데 퍽 많은 시간을 밤을 쏟았다는 건 가끔 자랑스럽기 까지 하다. 이제 무언가 지난 10년 동안 다른 가지로 자라나던 것들을 합쳐보고 싶은 마음, 그걸 가지고 무언가  아름다운  논문을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고 또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