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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만에

출장. 일년 사개월 만에 간다. 러시아 항공 타서 걱정했는데, 아직은 괜찮은 듯. 모스크바에서 환승을 한다니 어쩐지 설레기도 한다. 도착하면 하루 준비하고 다음날 학회 발표, 그 뒤엔 서류 준비하도 원고 쓰고. 좋아하는 곳에서 일주일 혼자, 근사하게 보내보려 합니다.

그 담엔 마눌 만나서 이제 노예 우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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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공항에 미인이 많았으나 전혀 괘념치 않았다. 

빈 여전히 멋진 도시. 항상 오면 하루키는 왜 가장 지겨운 도시라고 했는지 궁금하다. 이곳에 1차 세계대전, 길게 보아도 전간기 이후의 어떤 것도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일까. 오늘 일요일이라 큰맘 먹고 슈테판 대성당 가서 미사를 봤다. 유럽에서 성당과 교회를 지겹게 다녔지만, 신자로서 와서 미사를 본 건 처음이다. 언어는 다르지만 전례문을 읽는 음조는 같아 편안했다. 우리 동네 성당도 좋고, 지난 번 명동 성당에 가서 본 미사도 좋았지만, 여기는 또 나름대로 합스부르크 제국의 심장이었다 보니 주일 미사에도 관현악단이 있고 파이프 오르간 간지 등 암래도 박력에선 앞섰다. 부활 제2주일은 그렇게. 

끝나고 잠시 산책하고, 점심이랑 맥주 한 잔 먹고 돌아옴. 혼자선 잘 안 먹는데 점심 정식(미탁에센)을 한 번 시켜 봤다. 일부러 예전에 마눌과 갔던 카페서 점심 먹었음을 에서 알려둔다.  한가로우면 커피도 마시려 했는데 점심 나절이라 손님이 계속 들어와 오래 앉아 있기가 좀 그랬다. 오면서 학회장 들러서 등록하고, 둘러보고는 덜 풀린 시차에 집에 쓰러져 한나절 내내 잠. 

빈은 여행하기 편한 도시다 여전히. 쾌적하고, 편리하고,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다. 도시 곳곳에서 옛 합스부르크의 영광이 드러나는 곳. 하지만 이번엔 몇 년 전 쟈닌이란 친구가 했던, 내가 공부한 도시에 대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여기 사람들은 자신들의 세계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알다시피 내가 공부한 곳은 히틀러가 사랑했던, 독일적인 곳이라 칭송했던 곳으로 바그너 딸과 히틀러가 만나는 유명한 사진이 남아 있다. 비엔나 역시 총통과 깊은 관계를 가진, 총통이 성장하고 그림을 그리며 공부하던 곳이다. 두 도시 모두 현대의 유럽에 닥친 경제적 고민이나 통합에 대한 갈등, 다문화로의 변화에 대한 대립 등이 그리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어찌 보면 정말 여행 책자 속의 유럽 같은 곳, 그게 어쩌면 하루키가 불편하게 느꼈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까 생각했다. 

아, 학회 발표 준비 안하고 뭔 딴 생각을 이리 하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도나우 구조를 확실히 파악했다. 도나우가 4개 정도 있다. 일단 구 도심 중심부, 관광지 몰려 있는 곳, 바로 옆에는 도나우 운하가 있다. 좁은 운하로 산책하고 자전거 타고, 술집 있고 한 곳. 자연하천이긴 하나 분위기는 복원된 청계천이 좀 넓고 깊다 생각하면 비슷하다. 도나우 운하를 건너서 두 다리 사이 지역 (쯔비셴브뤼켄)이 있다. 이 두 다리 사이 지역에 비포 선라이즈에 나왔던 프라터 놀이공원 있고 더 가면 현재의 도나우 본강이 있다. 여기가 수량이 제일 많음. 다리를 건너면 엄청 가늘게 도나우 섬 (도나우 인셀)이 있고, 인셀 옆에는 새 도나우(노이에 도나우)가 있다 또. 새 도나우를 건너가면 도나우 공원이 있는 여의도 비슷한 느낌의 카이저뮐렌이고, 카이저 뮐렌옆에 구 도나우(알테 도나우)가 있다. 아 정신 없다.. 

구 도심 | 도나우 운하 | 다리 사이 지역 | 도나우 | 도나우 섬 | 새 도나우 | 카이저뮐렌 | 구 도나우 | 강 건너 

보통 여행 가면 구 도심 쪽에만 있기 쉬우니 도나우 운하만 볼 가능성이 높음. 본류는 한강 정도는 아녀도 꽤 넓고, 수량도 많다. 학회 장은 카이저뮐렌에 있고 숙소는 강 건너라 걸어 다니는 거리. 어제 구 도나우 건너다 백조 보고 깜짝 놀랐다. 아 뭐 백조가 있고 그르나 부담 스럽게.. 당황했다. 엽서에 나오는 거랑 비슷하게 생겼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