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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마무리

FCR원고는 최종 교정쇄가 나왔고, 여러 기관 소속과 사사에 대한 코멘트를 반영하며 마쳤다. 처음으로 한국 연구자들 끼리만 써 본 논문이었는데, 글쎄, 외로웠다. 나중엔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회람 없이 혼자 진행을 해서 편한 점도 있었다. 영작문도 무언가 최종 방어선이 없는 기분, 혹은 내가 최종 방어선이다 (그러나 허약하다) 라는 기분으로 어떻게든 버텼다. 돌아보면 좋은 추억 일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선 힘들었도 당분간 보지 맙시다란 생각이 앞선다. 

베른 학회에서 DL 발표를 했다. UFZ 워크샵에 이어 또 신나서..  마지막 까지 많이 고민했고, 다행히 슬라이드가 너무 많았던 걸 빼곤 괜찮았던 것 같다. 사회 보던 동료가 굉장히 힘들어해서 미안했고, 당분간 잘해 주겠습니다란 생각이 들었다. 우동 소녀가 와서 같이 좀 놀고,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좋았다. 지난 10년 중 가장 좋았던 학회였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제일 활발하게 움직였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뭣보다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 그간 해 왔던 일을 잘 풀어낼 수 있었다; 작년 스페인 원격탐사 학회의 악몽을 지우기에 충분했다.. 베른은 아인슈타인으로 유명해서 책을 두 권 읽었다. 그래비티 익스프레스와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란 책. 뭔가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는 기분이 든다. 그래비티 외 두 권의 익스프레스 책에서 묘사하던, 무언가 가까워지는 듯 또 멀어지는 그대의 모습이 떠오른다. 20년, 어쩌면 더 오랜 동안 간직해 오던 질문에 대해 난 이젠 좀 더 분명하게 말 할 수 있고, 그걸 글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 기뻤다. 곧 좋은 글과 그림으로 돌아오겠다 다짐한다. 지금의 전지구적 생태/환경 연구는 최소한 한 가지에 대해 덜 말하고 있고 그걸 내가 조금이라도 해 내는 것이 올 해의 큰 숙제라 두었다: 전지구적 인구 이동과 기후/환경 위기의 상호작용은 어떠한 가, 개별 정부, 국제 협의체는 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케임브리지 회의가 잡혀서 처음으로 영국엘, 그것도 케임브리지를 방문하게 됐다. 홉스봄이 책에서 그리 애정했던 그 곳. 튜링이 있었던 그 곳. 헛소리를 하지 않는 생태학자의 모임이 되길 바라고, 그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