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서울, 병원, 탁한 하늘

월요일에 들어왔다.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셨단 소식에 하루 정도 감각이 없어 기다렸다 다음 날 표를 사고 비행기를 탔다. 항상 건강한 모습만 보다 머리를 모두 깎고 의식을 잃은 모습에 하루 이틀은 어떻게 표정을 지어야 할 지 몰랐다. 아버지의 운전은 느려졌고, 무언가 집 안의 모든 것이 늙어버린 것 같아 슬프다. 20년이 넘게 비춰 보던 같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도 무척 지치고 무력해 보인다. 어디로 흘러갈 지 아직은 분명하지가 않다 모든 것이. 중환자실은 하루에 두 번, 반 시간 동안 두 명의 직계 가족만 면회가 가능하다. 아침과 저녁엔 혼자 분투하시는 아버지를 돕고자 하는데 쉽지 않고, 귀에서 피가 날 것도 같다. 하루 하루가 더디게 그렇지만 분명 낯선 곳으로 밀려간다. 집엔 어버이날 선물로 보낸 꽃과 책 한 권이 노화를 막으려는 듯 역부족인 듯 분투하고 있었다. 일 년 하고 반 만에 보는 하늘이 무척 탁하고 기운을 꺾는다. 

주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