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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정리 하다

몇 주 전 엄마 소원이었던 대로 방에 있는 오래된 물건을 치우고 있다. 대부분 내다 버려도 좋을 것들. 직접 만드는 데 참여했던 문집이나 특별한 기억이 있는 책, 앞으로 더 쓰임새가 있을 자료를 빼곤 다 버리고 있다. 아침에 여전히 심란한 마음으로 박스를 뒤엎다가 예전에 다른 여자들을 좋아할 때 만들었던 CD들을 찾았다. 대부분 내다 버렸고, 몇 장은 안에 넣었던 노래가 궁금해 졌다. 신기할 정도로 누구를 어떤 생각을 하며 불법 시디를 구웠을 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때 무얼 좋아했는 지 그에 대한 단서는 남아 있으리라. 

새삼스러운 것 하나는, 분명 저 시디 표지를 붙일 때 나에게 아련한 사랑의 기억은 없었다는 것이다. 18년 정도 됐을 저 표지를 보며, 그래도 그런 기억이 있다 (하지만 아내가 제일 좋다) 라는 것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 망설였다.  

한참 좋아했던 스노우캣 만화를 표지에 많이 붙였다.

"참 신기하군. 이 곡은 너무 말랑말랑해 라고 투덜거렸었는데 지금은 내게 이렇게 말해준다. 걱정 말라고, 다 잘 될거라고" 

 

여전히 지하철을 탄다. 디스크맨 대신 전화기, 그리고 재즈로 바뀌었을 뿐. 음악은 여전히 위로해 준다. 걱정 말라고, 다 잘 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