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산사태 같이 쏟아지는 일을 어떻게 헤쳐가며, 어젠 그래도 모든 것이 순조롭고, 다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던 중 문득 옛날 생각이 들었다, 희한하게. 여전히 아기는 잘 크고 있고, 여러 검사 결과도 잘 나왔습니다. 공저자 논문도 새로 한 편 나왔고, 연구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핑클 나오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같이 봤는데, 연습실에서 춤 연습 하는 장면을 보고 언젠가들 학생회관 등에서 밤을 새며 집체 연습을 하던 생각이 나는 거였다. 선배 누군가 양 손 가득 치킨을 사들고 와 둘러 앉아 먹고, 잘 되지 않는 춤 인지 몸부림 인지를 맞춰가고, 어느 순간 그 어려워 보이던 일들이 되는, 의도되었음에도 유사한 마법 같은 체험에 대해, 오랜 만이다. 특정한 사람에 대한 기억은 아니다. 막연히 평온..
1-7월
2009년에 공부 시작하고 가장 바빴던 것 같다. 학회 좌장도 난 처음이었고, 시애틀이랑 UFZ에서 워크샵 한 것, 케임브리지 가서 회의 한 것도 좋았고, 뭔가 자리를 잡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나는 정말 연구자구나 하는. 논문도 다 잘 마무리 됐고, 모델링도 순조로운 편 이다. 일을 정말 많이, 여러가지를 했다. 그래서 바빴던 것도 있지만 역시 어무이가 쓰러졌던 것, 친척 분들 비보 들렸던 것, 아내가 아이를 가진 것에 비할 바는 아녔다. 아 나도 이제 잘 하고 있구나 생각하다 불현듯 들려온 엄마 소식에 한 동안 뜨거운 서울 아스팔트에서 허덕였다. 쏘다니던 곳을 느릿하게 쓸고 지나가는데 무척 더웠고 또 그런, 역시 다 아무 것도 아니구나, 그렇게 내게 지킬 게 많지 않다는 걸 되새겼다. 그것이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