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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이어온 시절의 끝 끊임없이 돌아보던 시절이 끝이 났다. 홍재한테 혼나면서도 끊임없이 돌아보고, 또 돌아보던 시기를 이번 일을 계기로 마무리 했다. 믿었던 사람을 계속 믿을 수 있는지, 배울 것이 있던 매체에서 여전히 배울 수 있을 지 나오는 기사나 오피니언 들을 살폈고, 조심스러워 묻지는 못했으나 간혹 주위 사람들 의견을 알게 될 때 마다 웃기도 울기도 했다. 여전히 내겐 홈즈가 있고, 착하신 왕이 있으시고, 아내 그리고 나에게 여전히 믿음을 주는 이들이 있음을 확인했다.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공감하기 어려운 말씀을 자주 하셔서 멀리 했던 어느 경제학자 분도 이번에 마음을 달래주는 글을 여럿 쓰셔서 고마웠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음으로서 소극적이나마 의사를 표현했을 거라 짐작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마도 지금 모두가..
어제 산사태 같이 쏟아지는 일을 어떻게 헤쳐가며, 어젠 그래도 모든 것이 순조롭고, 다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던 중 문득 옛날 생각이 들었다, 희한하게. 여전히 아기는 잘 크고 있고, 여러 검사 결과도 잘 나왔습니다. 공저자 논문도 새로 한 편 나왔고, 연구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핑클 나오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같이 봤는데, 연습실에서 춤 연습 하는 장면을 보고 언젠가들 학생회관 등에서 밤을 새며 집체 연습을 하던 생각이 나는 거였다. 선배 누군가 양 손 가득 치킨을 사들고 와 둘러 앉아 먹고, 잘 되지 않는 춤 인지 몸부림 인지를 맞춰가고, 어느 순간 그 어려워 보이던 일들이 되는, 의도되었음에도 유사한 마법 같은 체험에 대해, 오랜 만이다. 특정한 사람에 대한 기억은 아니다. 막연히 평온..
1-7월 2009년에 공부 시작하고 가장 바빴던 것 같다. 학회 좌장도 난 처음이었고, 시애틀이랑 UFZ에서 워크샵 한 것, 케임브리지 가서 회의 한 것도 좋았고, 뭔가 자리를 잡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나는 정말 연구자구나 하는. 논문도 다 잘 마무리 됐고, 모델링도 순조로운 편 이다. 일을 정말 많이, 여러가지를 했다. 그래서 바빴던 것도 있지만 역시 어무이가 쓰러졌던 것, 친척 분들 비보 들렸던 것, 아내가 아이를 가진 것에 비할 바는 아녔다. 아 나도 이제 잘 하고 있구나 생각하다 불현듯 들려온 엄마 소식에 한 동안 뜨거운 서울 아스팔트에서 허덕였다. 쏘다니던 곳을 느릿하게 쓸고 지나가는데 무척 더웠고 또 그런, 역시 다 아무 것도 아니구나, 그렇게 내게 지킬 게 많지 않다는 걸 되새겼다. 그것이 하지..
Implementing land-based mitigation to achieve the Paris Agreement in Europe requires food system transformation ERL에 IAP 이용한 파리 협정 관련 논문 게재 허가 받음.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1088/1748-9326/ab3744 Implementing land-based mitigation to achieve the Paris Agreement in Europe requires food system transformation Heera Lee1, Calum Brown1, Bumsuk Seo1, Ian Holman2, Eric Audsley2, George Cojocaru3 and Mark Rounsevell1 Abstract Land-based mitigation, particularly through afforestation, reforestation and ..
Societal breakdown as an emergent property of large-scale behavioural models of land use change 첫 번째 토지이용 모델 논문. 코페르니쿠스 시스템은 일단 discussion 저널에 올라가고 그 뒤에 잘 되면 본 저널로 간다. 일단 디스커션 저널에 출판 까지 됨. 리뷰 잘 될 수 있길.. https://www.earth-syst-dynam-discuss.net/esd-2019-24/ Abstract. Human land use has placed enormous pressure on natural resources and ecosystems worldwide, and may even prompt socio-ecological collapses under some circumstances. Efforts to avoid such collapses are hampered by a lack of knowl..
짐 정리 하다 몇 주 전 엄마 소원이었던 대로 방에 있는 오래된 물건을 치우고 있다. 대부분 내다 버려도 좋을 것들. 직접 만드는 데 참여했던 문집이나 특별한 기억이 있는 책, 앞으로 더 쓰임새가 있을 자료를 빼곤 다 버리고 있다. 아침에 여전히 심란한 마음으로 박스를 뒤엎다가 예전에 다른 여자들을 좋아할 때 만들었던 CD들을 찾았다. 대부분 내다 버렸고, 몇 장은 안에 넣었던 노래가 궁금해 졌다. 신기할 정도로 누구를 어떤 생각을 하며 불법 시디를 구웠을 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때 무얼 좋아했는 지 그에 대한 단서는 남아 있으리라. 새삼스러운 것 하나는, 분명 저 시디 표지를 붙일 때 나에게 아련한 사랑의 기억은 없었다는 것이다. 18년 정도 됐을 저 표지를 보며, 그래도 그런 기억이 있다 (하지만 아내가 제일..
병실 밤에 병실에서 상태가 호전되어 중환자실에서 내려왔는데, 그 후 경과가 그리 좋지 않아 걱정이다. 병원은 예전과 달라 보호자를 제외하곤 면회도 저녁 시간으로 제한되고, 좋은 쪽으로 많이 바뀌었고, 먹는 약 상세 내역을 인쇄해 주는 등 보다 전문적이 되었단 생각이 든다. 어제 새벽엔 갈등이 심했는데, 내가 사람들에게 나이스하려다 중요한 치료 시간을 놓치는 건 아닌지 두려움이 컸다. 쿨하지 않은 아들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어 괴로웠다.
1주일 다행히 서씨 셋이 똘똘 뭉쳐 일주일을 보냈다. 하루에 두 번 병원에 갈 때를 빼곤 바깥에서 노트북을 친다거나 야구 공을 치고, 많이 걷고 오르락 내리락 했다. 서울에서 돌아다니면 유독 다리가 아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지형 탓으로 계단이나 비탈을 오르다 내리다 하는 일이 많았다, 가까운 거리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