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

요새 부수적으로 하는 일 중에 토양 미생물 자료 분석이 있다. 여기 박사 과정 한 분이 - 솔직히 나이가 좀 있어 보이긴 하는데 나도 많으니 누가 나이 많은지 가늠이 안됨; - 연구실로 찾아와서 도움 요청하셔서 같이 시작했는데, 마땅히 다른 도움 줄 사람 없고 해서 얼떨결에 내가 맡게 됐다. 생각보다 시간이 그렇게 많이 들진 않으면서도 나도 한 번 더 정리하는 시간이 돼서 좋다만.
대강 개요는, 보통 환경 실험보다 엄격하게 통제하고, 랜덤화 한 실험을 가뭄/호우/통제군 으로 하나 요인, 초지/히스 (heath) 요인 두 개 넣고, 토양 미생물을 PLFA(Phospholipid-derived fatty acids)16가지 측정으로 잡고, 기본 식물 통계량 측정한 데이터. 가져오신 논문 따라서 비모수 분산분석, 정규성 테스트, 분산분석 후 사후검정, 주성분 분석, 판별분석, Redundancy analysis 이렇게 하고 있는데 여러가지 여튼 많이 배우고 있다. 다음 주 까지 해서 정리되면 올리려고 함 코드.
얘기 하다 보면 일 이년 전 실험하던 것, 실험 구경하던 생각 많이 나고, 현장일 고로움 다시 느끼고, 여튼 어째 좀 짠 해서 괜히 책임감 같은 걸 느끼게 된다. 어제 2원 비모수 분산분석 후에 사후검정 결과가 기대하던 대로 나오자 기뻐하던 표정이, 아 나도 언젠가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논문 원고를 놓고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겠지.. 내 연구를 하면서 만족스러운 결과 본 게 너무 오래돼서 아쉽다, 아쉽고 또 아쉬워서 더 잘 해야 겠다.. 
이번 주 다음 주 열심히 하고 나선 라이프치히에 있는 연구소에 영상 워크샵이 있어서 참석하게 됐다. 하이퍼 스펙트럴 데이터 분석으로 하루 동안 발표 10개 정도 들을 텐데, 어찌저찌 해서 다음 직장도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 괜히 그런 기대를 하면서 참석 준빌 하고 있다. 가서 똘똘이 복장 입고 뭔가 능력있는 척 전도유망 연구자 코스프레를 해야는데, 옷이랑 안경이라도 좀 살까 미리..  


-----

개그

파리의 늑대 연인

용용둥이가 밥 먹다 노래를 틀었는데, 어.. 이거 알어.. 파리의 늑대.. 

웃겼다.  

----
No deal is better than a bad deal
오늘 크루그먼 사설 마무리. 사설 내용과는 관계 없이, 요새 처한 상황이랑 맞물려서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그리고 나는 기본적으로, '딜'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냥 열심히 하고, 할 수 있는 만큼 내가 알아서 하고, 되는 대로 하고, 그리고 그냥 나오는 결과를 보는 게 익숙하다. 나쁜 딜을 하지 않겠다, 어떤 상황이 앞으로 몇 달 간 일어나도, 그렇게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