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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일, 3일

관리자.. 2013. 1. 3. 08:05
추운 날이었다. 여기선 해가 잘 나니까 그리 춥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는데, 어제는 잠깐이나마 정말 춥다고 노래를 불렀다. 잘 개그가 터지지 않았다. 추위 때문이었을까? 공부 생각, 앞으로의 일에 대한, 다가오는 그리고 지나갈 일들에 대해 생각하고, 생각에 잠기고, 버스 옆으로 흘러갔다.  임페리얼 이콜로지는 4장 반절 읽었고, 랜덤 포레스트를 다른 연구 분야에 적용하면 어떤 장점이 있을 지 생각해 봤다. 
RF를 비판하는 논문에서 가장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 건, 이 방법론이 투표, 혹은 앙상블링을 통해서 결과를 뭉툭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회귀분석에 대해 포락선 분석이 가지는 장점이 있는데, 그 비슷한 접근이 필요한 것 아닐까 생각했고, 언밸런스드 자료에서 문제가 더 크다고 이해하고 있다. BCART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주장하는데, 소프트웨어가 잘 보급되어 있지 않아 직접 돌려보지 못해 좀 아쉽다. 이번 달 안에 내 분석에서 그 뭉툭성이 가져오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논문으로 서서히 돌아가고 있다. 공부 밖에는 지금 내 손에 남은 게 없다. 공부를 하고 싶었던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절실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항상 취미처럼, 교양 쌓는단 마음으로 대했고, 그런 아마추어 정신이 내 공부의 역사에서 소중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다만, 지금은 밥과 교통비, 자긍심 모든 걸 창틀에 올려놓은 듯, 절박함이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 공부가 재밌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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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페리얼 이콜로지 어제 읽은 부분에선, 스머츠가 전일주의를 가지고 어떻게 아프리카에서의 인종 분리 정책을 정당화 했는지, 아프리카에서 인종 분리 정책이 과학자들에게 어떻게 발현되었는지 등 나왔다. 아프리카 친구에게 처음으로 그 얘길 들었는데 - 무식했단 얘기다 그 정도로 - 아프리카도 고지대는 시원하다. 그래서 고지대에 주로 사람들이 거주하고, 고지대가 없는 나라와 있는 나라 사이에 삶의 질 차이도 심하다. 스머츠를 비롯한 그 당시의 생태학자들 중 일부는 그래서 고지대에 백인이 살고 저지에 흑인이 사는 것이 진화론적으로, 생태학적으로 옳다고 여겼고, 실제로 그런 정책을 추진했다.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은 진화가 덜 된 아이같은 상태이기 때문에 진화가 더 진행된 유럽인들이 많이 이주해 와서, 그들의 진화를 촉진하는 것이 필요하단 배경에서 집단 이주가 종용되었고, 이주해 온 유럽인들은 살기 좋은 환경에서 아프리칸 들을 밀어내고 자리잡았다. 여기서 전일주의는 사람이 다 똑같다, 평등하다는 논리를 공격하는 데 사용됐다. 흑인과 백인이 똑같은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이 세상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올바른 이해로 치부되었다. 마치 계급갈등, 계급투쟁 상황에서 중도 혹은 우익 지식인이 '서로 화해하고 조화하는 것이 중요하지 아니한가' 라 조언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했다. 전일론과 기계론은 현대에 마치 기계론이 백인 우월주의의 생태학이고 현대 환경문제의 근원처럼, 뒤떨어진 이론으로 소개되는 경향이 있다. 전일론이 역사적으로 어떤 꼬라지를 보였고, 그게 어떻게 극복되었는지, 좋은 참고가 되는 책이다. 한 마디로 내 느낌을 쓴다면, 전일론적 접근은 보다 사회구성적인 해석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사회의 배경 이데올로기에 더 종속되는 경향이 내재되어 있다, 이 정도? 사회적인 경제, 조화로운 경제가 반드시 차가운 판본의 시장주의보다 우월하지 않다는 것을 유비해 볼 수 있는데, 극단적인 사례는 스탈린을 생각할 수 있겠지. 

스탈린 하니까, IT CROWD 네 번째 시즌에서 개그 생각났다. 연애에 실패한 후 커플로 찍은 사진에서 여자를 전부 포토샵으로 파버린 사진을 보관하고 있는데 로이가, 그걸 보고 '마치 스탈린과 헤어진 남자 같군' 이라 놀린다. 스탈린과 사진을 찍었던 사람들이 후에 숙청되면 사진에서 말 그대로 포토샵; 에서 작업을 통해 흔적도 없이 지워버린 것을 풍자한 건데, 재밌었다.

오늘은 학교 가서 논문 읽기 모임 참석하고, 상담 받고, 저녁 땐 희라 논문 봐주기로 해서 오후에 잠깐 읽고 만나는 계획. 짬짬이 임페리얼 이콜로지 4장 마무리 하겠다. 무척 추울 것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