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2013. 11. 17. 22:01
자주 생각 나다가 이번에 항형 블로그에 올라온 글 읽고 의견 쓰려고 빨빨 거리다 또 절감 한 건데, 수식을 자유자재로 쓰는 능력이 학자 되려면 필요하다..

1단계는 수식을 보면 뭔 개솔? 하다가 몇 날 며칠을 보면 이해가 가는 수준이다. 이 단계에서는 이해를 했다고 해도 금방 까먹기도 하고, 나중에 돌아보면 엉뚱깽뚱하게 이해한 경우도 있다.
2단계는 수식을 보고 잘 이해가 안 가면 음.. 하고 노려보면 이해가 가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크게 틀리지 않는 정도.
3단계는 보면 바로 한글 읽는 것처럼 바로 이해가 되고, 시험 문제나 논제인 경우 뭐 파인만이 얘기 했다는, 가만히 보고 생각한 다음에 그 뒤의 답을 쓰는 수준 까지 이른다. 이 쯤 되면 생각하는 걸 수식으로 옮기는 데 별 불편함이 없고, 다만 노테이션 (표기법)은 그 때 그 때 검토해야 안심 할 수 있다. 그리고 노테이션 이란 게 또 동네 마다 상당히 많이 다르기 때문에 여튼 참고 문헌 보면서 고치기도 해야 함. 마치 글쓰기의 스타일 처럼. 
4단계는 뭐 머리 속에서 수식으로 생각하고, 말도 - 한글이든 영어든 - 수식으로 나누고, 농담도 수식 응용해서 하고, 연애 편지도 수식으로 쓰고, 아예 소뇌 중뇌 옆에 TeX뇌가 달려서  TeX 스크립트가 자동으로 뽑아져 나오는데, 빅뱅 이론의 셸던 같은 캐릭터라고 하면 그럴 듯 하다.

가만히 여기서 보면 어차피 내 분야가 또 응용이라고 실드 치고 숨을 수 있는 분야다 보니, 그리고 야외에 나가서 실험 하고 그런 근육 메모리와 학습 능력도 요구되는 분야고 해서 수식 쪽으로 오면 좀 약한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래도 머리 속에서 로직이 똑바로 선 사람은 큰 불편 느끼지 않고, 다만 자기가 직접 자기 내용을 식으로 정리하는 게 불편할 뿐이지 어차피 팀으로 일하면서 하면 뭐 사람 구실 하기 어렵지 않곤 하다. 대충 2단계 까지는 돼야 리그에 낄 수 있다 그러니. Lv. 3 는 그리 자주 눈에 뜨이지 않음. 한국에서 경제학과 수업 들을 때 보니까, (제대로 공부하는 대학원) 대학원생은 최소한 3단계 까지는 마스터 한 느낌였다. 교수들이 요구하기도 하고, 경제학과 정도로 가면 지금은 사실상 수학과 정도 제외한 자연대 보다 수학 이용 수준이 동등하거나 오히려 높다고 보는데, 그런 분야에서 살아 남으려면 어지간히는 잘 해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동네에서 뭔가 업적을 내고 분야를 주도하려면 뭐, 잘 해야지.. 

뭐 하고 싶었던 얘기는 수식 이해하고 쓰고, 언어로 바꾸면 읽기 쓰기 능력이 떨어져서 후달린다는 거랑, 말하기 듣기 능력도 당장은 아녀도 조만간에 계발을 해야 어찌 저찌 먹고는 살 수 있지 않을 까,

후달려요.

Who's run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