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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메일을 받을 때 종종 유용한 정보가 있다만, 보다 흔히 빙부상이나 부친상을 알리곤 한다. 동창회나 직장 메일도 아닌데 학회에서 구지 빙부모상 까지 챙겨야 하나 싶다. 글쎄.. 한국의 정이라고 해야 하는가. 종종 한국에서 겪었던 대학원이나 포닥 과정과 독일에서의 그것을 비교하면 어떻냐는 질문을 받는다. 여러가지 차이가 있겠지만, 한국에선 내 커리어를 챙겨주는 세심함이 없었던 게 아쉬웠다. 석사 때는 그래도 대학 전체에서 어학이나 커리어 개발 관련 메일도 오고, 여러 펀딩 기회라던가 워크샵도 공지가 (비교적) 잘 된 편이었는데, 박사는 안 겪어봐서 모르겠고, 포닥은 정말 그런 건 힘들었다. Postdoc supervisor들도 마찬가지로 내가 지금 뭘 해야 하고 뭐가 필요한지에 대해 큰 관심들은 없으신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어서, 제안서 쓰기 워크샵 같은게 독일에선 빈번히 있고 상위 기관에서도 애들이 뭘 하고 있는지, 향후 얘들 고용 기회가 어떻게 되는지 계속 체크를 한다; 물론 부족하고 다들 불만도 있지만 한국 상황하고는 비교하기 어렵다. 프로젝트 펀딩으로 뽑히면 논문으로 만들기 어려운 보고서 작업을 떠맡고, 허덕거리며 그걸 하다 보면 세월이 흘러 있고 그런 아쉬움을 한국에서 만난 친구들 대부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이건 한국, 독일 차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논문이 요새 뭐가 나오는 지를 찾아보고 그에 맞춰 연구 계획을 짜는 사람하과 뭔가를 한 다음에 그걸 논문으로 만들려 하는 사람은 곧 성과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밖에 없다. 확실히 여기서도 잘 하는 애들 보면 꾸준히 저널을 확인하고, 학회나 워크샵 가서도 귀를 쫑긋 세우고 트렌드를 파악하려 애쓴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꽤 있지만. 특히 supervisor가 그렇게 해 주면 도움이 많이 된다. 반대로 본인이 예전에 하던 방법과 과거에 만들어둔 자료를 주고 뭔가 만들어 보라고 하면 그건 쉽지 않다. 적당히 낼 수는 있지만 논문 쓰기도 힘들고, 좋은 저널에서 심사 받으면 거의 게재 거부 나오고,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럼. 저널 편집자들도 바보가 아니니 저널 잘 팔려면 트렌디한 것을 더 우선해서 실어 줄 수 밖에 없고. 그리고 리뷰를 하다 보면 정말 게재 거부를 할 수 밖에 없는 원고도 많다. 그런 경우 대부분 교신저자나 supervisor의 옛날 논문 인용이 많고 (그대로 했단 얘기), 데이터는 노력 없이 얻은 경우가 많으며 (구글맵을 다운 받아서 컴퓨터로 현장 자료를 만들었다는 등), 대부분 통계 처리가 부실하고, 방법이 reproducible 하지 않다 대부분. 한국에서 일하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 문제 제기를 많이 접하지 못했다. 옛날 방법을 그대로 써라, 데이터는 쉽게 만들고 안되면.. , 통계 처리는 잘 모르니 알아서 해라, FAIR(findable, accesible, interoperable, re-usable) 원칙 같은 건 말하면 바보 취급 받고. 아쉽지만 내 경험에선 그랬다. 그리고 지금 돌아가는 학계의 관심사를 반영하는 디스커션을 쓰기가 어렵다 이런 경우엔.  

모르는 분의 모친상 알림을 받고 쓰기 시작해서 또 돌아가지 못하는 자의 궁시렁으로 끝났다. 요새 학/석을 했던 곳이 자주 뉴스를 타서 더 골똘히 생각했던 것도 같다. 무엇을 할 것인가. 논문을 많이 쓰고 H-index가 오르고 그런 것 말고, 정말 무엇을 할 것인가 또 고민하게 된다. 다만 그것을 하기 위해선 나는 좋은 논문을 많이써야 할 뿐이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