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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면

공주도 놀러 한 번 가겠고나. 
 
약간 고민은, 음. 나는 꽤 오랜동안 기술, 공학적 지식이 내 인식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혹은 상승작용이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면서도 숫자와 논리적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것,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여전히 있다고 생각했고, 그게 언어의 한계 그리고 언어의 한계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있으리라 짐작하는 양적 표현의 한계라고 생각했다. 이 한계가 나의 한계도 있고 다른 사람의 한계도 있고 인간에게 한계도 있고 여러 정의가 있겠지만, 일단 다 같다고 두고 얘길 더 해 보자. 그래서 숫자와 논리를 중시하는 사람과 얘기할 때는 다소 엉덩이를 뒤로 빼고, 반대로 통계와 모형을 무시하는 사람을 만날 땐 좀 반대로 적극적이 되곤 했다. 그냥 농담 처럼 하는 얘기 말고, 정말 진지하게 이런 얘길 나누거나, 혹은 열을 올릴 수 있는 사람이랑 얘기하면 일단 즐겁고, 그리고 하나의 중요성을 느낀다. 어디까지 우리가 말 할 수 있고, 어디서 부터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해야 할 지, 어떤 것은 숫자로 표현할 수 있고, 어떻게 통계적 언어로 가장 잘 그릴 수 있는지, 그 선을 긋고 지도를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단 생각, 거기에 권력이 작용한다는 상념까지. 이 얘길 더 길게 할 필요는 없겠다 싶고, 다만 얘기하고 싶은건, 연구하는 애들이랑 얘기할 때 이걸 쉽게 생각하는 애들 만나면 좀 뭐라고 해야 하나, 웃기지도 않는다. 자기가 아는 건 중요한 거고 자기가 모르는건 다 팬시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새로운 것 얘기하면 그런 건 그냥 유행 따라 하는, 한국에서나 좋아하는 기술적인 뭐 그런 것? 그런 얘길 들으면 글쎄, 기분이 참 그지 같다고 해야 하나. 반대로 행동하는 사람 만나도 피로를 느끼지만 요샌 그 쪽 사람들 만날 일이 드물었어서. 같이 일하는 친구는 정치철학을 하지만 계량에 대해 굉장히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어서 오히려 내가 나이브한 사람 처럼 얘기하다 보면 되는 경우가 많아 예외고, 어쩌면 전공이랑은 그냥 별 상관 없단 생각도 들고. 너 하는 건 기술적인 거니까 한국에서 좋아하겠네, 이런 말 듣고 웃겼고, 너 하는 건 너무 추상적여서 한국에선 안 팔릴 것 같단 말 듣고도 웃겼다. 그런 말 말고, 어떤 게 지금 필요하고 그걸 위해서 지금 배워야 하는 건 뭐고, 그게 한국에선 어떤 의미고 바깥 학계에선 어떤 공헌이 될 수 있는지 그런 걸 세세하게 얘기해 주는 사람을 만나서 배우고 싶은데, 비슷한 공부하는 사람 중에선 신착 저널을 읽는 것 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없었다. 출판은 다들 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그럼 좀 시간 나는대로 읽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냥 나는 이런 게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몰라. 

그지 같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