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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근

균근은 Mycorrhizae 라 쓰고, 내가 이해한 수준에선, 뿌리 주위 혹은 안에 사는 곰팡이 들이다. 요새 하는 프로젝트 중에 관련된 것도 있고, 또 이번 학회에서 재밌는 발표도 듣고 해서 관심이 높아졌으나, 내 식물생리학 수준이 일천하여 정확한 정보가 아래에 기술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음을 미리 알려 둔다. 

균근 처음 들은 건 석사 때 식물 생리 수업 들을 때 였다. 그 때 정희랑 농대 식물 생리 수업 청강을 했고, 그 때 교수님이 강조하던 점 중에 하나였다. 그냥 뿌리-토양 상호 작용만 보면 많이 놓친다. 균근의 역할이 크다, 정도를 기억한다. 균근은 곰팡이고 (이번 발표 듣다 보니 이런 공생체 중에 곰팡이 아닌 종류도 있는 모양이다), 뿌리에 얇은 막을 형성해서 붙어 사는 놈들도 있고 토양에 사는 놈들도 있고, 식물 안에 들어와 사는 놈들도 있다. 이렇게 식물 안에 들어가 있는 애들은 특별히 Endo- 를 붙여서 요새 식물 쪽 주요한 연구 주제 중 하나인 모양이다. 

균근은 공생체이다 보니, 식물체와 주고 받는 게 있다. 주로 척박한 환경에서 물이나 양분 흡수를 도와주고, 그리고 양분을 빨아 먹는다. 토양이나 주위 환경이 나무가 살기 심히 어려워 보이는 환경에서 특히 균근의 역할이 크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아주 가물 때, 식물 뿌리가 할 수 있는 이상으로 물을 빨아들이게 해 주는 기작 등이 있다. 양분 흡수에서도 어떻게 삼투 과정을 돕고 하는 게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교과서를 읽어야 한다. 

발표에서 주로 얘기나온 건, 균근의 다양성에 대한 얘기였다. 나무의 종다양성은 비교적 많이 연구가 되고 있는 반면, 균근의 다양성은 아직 우리나라에선 많이 관심을 못 받았다고 한다. 종다양성의 기본적인 이점이 외부 충격에 대해 버티는 힘을 키우는 건데, 균근의 경우도 역시, 다양해야 변화하는 환경, 반복되는 외부 충격으로 부터 살아 남아 계속 나무와 생태계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균근이 얼마나 다양한지, 그 다양성이 감소 혹은 증가하고 있는지 등을 연구하는 분 강연을 흥미롭게 들었다. 간단히는, 결국 gene 분석인데, 이 쪽이 또 분석 방법이 엄청 복잡한데.. 대충 얘기하자면 돈 과 연구 목적 사이에 trade-off 가 있다. 돈이 많고 많이 알고 싶으면 gene 분석을 시퀀싱 등 자세히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대충 가스 크로마토 그래피 같은 걸 써서 어디에 관련된 유전자가 많은지, 샘플 들 사이에 반응이 유사한 지 정도를 본다. 예를 들어서, 비싸면 정확한 서울가는 지도를 주고, 싸면 대충 서울이 어느 쪽 인지를 알려 주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 하다. 다시 돌아가면, 균근이 식물 생리에 중요하고, 그 다양성이 가지는 의미가 있음에도 연구는 부족하다. 

내가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울진 지역 소나무 고사 문제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병충해에 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소나무 집단 고사가 집중적으로 몇 년 사이에 일어났다. 소나무가 이 동네는 3-400년 정도 된 애들이 많고, 가서 보면 정말 엄청난 규모의 금강 소나무 숲이 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소나무 숲이 유지된 곳이 많지 않아서, 어떻게 보면 생태적 의미에 비해 문화적, 사회적 의미가 있어 많은 예산이 들이며 관리되고 있다. 그런데 막 죽어 나가니까 문제가 생겨서 뭐 국회의원 들도 다니고.. 복잡하다. 이 지역 고사는 큰 틀에서 보면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에 자연스러운 산림 천이가 결합된 형태다. 관리가 없다면 이미 참나무 숲으로 변했을 수도 있는 곳이고, 관리에도 불구하고 하부 식생은 대부분 참나무나 쇠물푸레 나무 등이다. 오리나무, 신갈나무 등. 참나무라고 한 게 신갈; 

그러니까 자연스러운 천이는 일어나고 있고, 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천이로 인해 소나무가 죽었다면, 나무가 서로 키 경쟁을 하며 빛을 뺏고 뺏기는 광경쟁이 발생해야 하는데, 이 지역에선 자연적/인위적인 요인으로 인해 소나무가 광경쟁으로 피해를 보고 있진 않다. 기본적으로 날씨가 변해서 죽었다고 보는데, 그렇다면 물 부족 이거나 양분 부족 둘 중의 하나라고 봐야 한다. 물 부족 현상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나, 오히려 더 물이 많이 필요한 활엽수들은 비교적 잘 살아나고 있고, 또 지역적으로 물이 특별히 더 부족한 지역에서 많이 죽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어, 배경 원인이나 결정적이진 않다고 보는 듯 하다 전문가들은. 

굵어 죽었다, 즉 양분이 모자라서 죽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것이 앞에서 얘기한 균근이다. 균근과 공생을 통해 나무가 부족한 물과 양분을 보충하는 메커니즘이 있는데, 봄과 겨울의 기후 변화로 인해 균근 활동에, 혹은 공생 과정에 문제가 생겨 나무가 죽는 것 아니냐는 것.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이 있는데 내가 옮겨 적긴 현재는 힘들다. 겨울에 따뜻해 지면서 균근이 원래는 활성화 안되는 시점에 활성화가 되어서 나무에 광합성을 요구하고, 그래서 나무가 기공을 여는데 열면 (여기서 부터 잘 모름 ~~) 나무가 굶어 죽는다, 는 설명.. 

이런 식으로, 정리하자면, 나무와 환경 변수의 관계에 균근을 집어 넣어 설명하면 울진 소나무 고사를 잘 설명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게 지금 프로젝트의 연구 목표가 된다. 이번에 본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질문을 좀 더 확대하면, 소나무와 공생하는 균근의 생리/생태와 다양성, 그리고 기능적 역할이 기후 변화 하에서 계속 유지 될 수 있을 것인가. 


소나무 고사 원인을 사후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요새 연구되는 방법은 2차 생산 물질 분석, 유전자 변이 분석 등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배고프거나 목이 마를 때 몸 안에 생기는 물질이 있다고 하고, 또 그런 상황에서 유전자 변이가 있어서 그걸 연구하면 사망 원인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는 모양이다. 여튼 공부할 거리는 많다, 이번 학회에서 그런 생각 참 많이 했다. 겸손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