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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월

2009년에 공부 시작하고 가장 바빴던 것 같다. 학회 좌장도 난 처음이었고, 시애틀이랑 UFZ에서 워크샵 한 것, 케임브리지 가서 회의 한 것도 좋았고, 뭔가 자리를 잡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나는 정말 연구자구나 하는. 논문도 다 잘 마무리 됐고, 모델링도 순조로운 편 이다. 일을 정말 많이, 여러가지를 했다. 그래서 바빴던 것도 있지만 역시 어무이가 쓰러졌던 것, 친척 분들 비보 들렸던 것, 아내가 아이를 가진 것에 비할 바는 아녔다. 아 나도 이제 잘 하고 있구나 생각하다 불현듯 들려온 엄마 소식에 한 동안 뜨거운 서울 아스팔트에서 허덕였다. 쏘다니던 곳을 느릿하게 쓸고 지나가는데 무척 더웠고 또 그런, 역시 다 아무 것도 아니구나, 그렇게 내게 지킬 게 많지 않다는 걸 되새겼다. 그것이 하지만 도움이 되었다. 쌓아둔 게 많지 않다는 자각 속에서 더 해야 할 일이 뭔지 분명해졌고, 헛 것과 그렇지는 않은 것을 구별하는 훈련을 한 번 더 거쳤다. 

어무이는 기적적으로 건강을 되찾았고, 아내 뱃속의 아이도 무사히 커 가고 있다. 

온갖 복잡한 컴퓨터 용어는 다 맞닥뜨리며, 우리의 대화를 컴퓨터의 언어로 번역하며 살고 있는 와중에, 주일 성당에선 항상 그, 헛 것들 속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언지를 보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유럽과 중근동에서 시작된 사회체계의 붕괴가 동아시아로 건너오는 것이 이번 주 들어선 더할 나위 없이 자명해 보인다. 잠깐 돌아보면 이미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 남/북 미주는 오래 전 부터 겪어왔던 일이 아닌가. 나의 연구는 그에 대해 무엇을 말 할 수 있고 말 하려 하는가. 그런 고민 속에서 이번 주를 시작한다. 여전히 해야 할 계산과 작문은 있으나, 그 고된 노력이 나와 가족만을 향한 것이 아니길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