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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산사태 같이 쏟아지는 일을 어떻게 헤쳐가며, 어젠 그래도 모든 것이 순조롭고, 다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던 중 문득 옛날 생각이 들었다, 희한하게. 

여전히 아기는 잘 크고 있고, 여러 검사 결과도 잘 나왔습니다. 공저자 논문도 새로 한 편 나왔고, 연구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핑클 나오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같이 봤는데, 연습실에서 춤 연습 하는 장면을 보고 언젠가들 학생회관 등에서 밤을 새며 집체 연습을 하던 생각이 나는 거였다. 선배 누군가 양 손 가득 치킨을 사들고 와 둘러 앉아 먹고, 잘 되지 않는 춤 인지 몸부림 인지를 맞춰가고, 어느 순간 그 어려워 보이던 일들이 되는, 의도되었음에도 유사한 마법 같은 체험에 대해, 오랜 만이다. 

특정한 사람에 대한 기억은 아니다. 막연히 평온하던 사이에 영화관에서 새로 나온 영화를 보고, 미끄럼틀에 올라타 불현듯 헤어졌던 일이. 난 그 즈음에 가지고 있던 거의 모든 것을 그렇게 놓쳐버렸다. 그리고 새로이 채우는 데 십년 하고도 몇 년이 더 걸린 것 같다. 때론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자부하면서도 한 꺼풀 아래 그 때 그 겁 없던 아이가 숨쉬고 있길 바라고, 마지 않아 왔다. 20대의 내가 30대, 40대의 나를 좋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적이 늦은 20대 였고, 종대와의 대화 중이었다. 요즈음 신문을 보며 난 나보다 늦게 태어난 세대들에 무척 부끄럽고, 미안했다. 홍재는 언젠가, 형이 하지 않은 일에 부끄러워 하거나 사과하는 건 거드름이다 했고, 가르침이 되었다만, 내 몫의 부끄러움이 여전히 남는다. 사실 관계와 정치적 역학에 대해 말 할 능력도 없고 됨됨이도 없지만, 그저 부끄럽고, 조금이라도 내가 무언가 고치는 데 쓰일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