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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랑 월요일은

어제는 느긋하게 나와서 한가로이 소일 하다가 점심 먹고 학교 식물원에 피크닉을 갔다. 같이 피크닉 다니는 애들은 초식 동물들인데, 다들 어찌그리 하나같이 순하고 부드러운지 모르겠는 애들이다. 클래식이나 비틀즈 듣고 말도 조용조용히 하고, 술 담배도 안하고, 채식에 뭐 그런 집단인데, 보고 있으면 꽤 재밌다. 순치된 히피 같은 집단이라고 할까. 한 친구는 노르웨이의 숲 휘파람을 불길래 물었더니, 하루키 상실의 시대 읽고 있다고 해서 뒷 못 한 번 잡고. 하여튼 재밌어 이 친구들. 피크닉 끝나고 같이 한국이랑 일본 정원 걸으면서 문득문득 한국에서 숲 속 걷던 생각을 했다. 최근 몇 년은 너무 많이 해서 지긋지긋하기 까지 했던 산행이지만, 언뜻언뜻 강아지 생각도, 늙으신 부모님 생각도 났다 시간의 두께 속에 깔려있던. 피크닉 끝나고도 그냥 소요하다 저녁 때는 게오 단대 박사과정! 농구모임에 갔고, 무척 재밌었다. 학교 농구 보다는 다소 루즈하고, 늙은이들 끼리 하니까 속도감이 적당하고 좋았다. 한참 하고, 자전거 타고 나와서 맥주 먹고, 비가 잠깐 오는 통에도 파라솔 아래서 늦은 밤 비오는 바람 속 맥주를 즐겼다. 문득 독일을 떠나는 것이 두려워졌다. 


월요일엔 성경공부 모임을 하면서 어쩌다 많이 울었다, 같이 모임하는 분과. 기도하고, 속으로 울부짖다 간간히 밖으로 새어나왔다. 'you will restore my life again' 이란 성경 구절을 반복해서 되뇌였다. 원고는 점점 되어가고, 한 친구는 뜬금없이 나를 공저자에 올렸노라고 전해왔다. 나는 슬픔 말고 감사를 보아야 한다. 충분히 지난 몇 년 간 감사하지 못했고, 못해 왔다. 

해는 뜨거운데 바람은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