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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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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원고 쓰고, 조금 일찍 나와서 서울에 왔다. 연구실 저녁 식사. 애들이랑 잘 먹고, 무언가 중경삼림에서 뛰쳐나온 듯한 사람들이 일하는 중국 요리집에서 맥주를 한 잔 했다. 서서히 회복 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픈 데가 있으면 확 터뜨려서 아프고 낫는 편이 좋다고도 생각했고, 그래도 그러면서 사람들 괴롭히지는 않아야 한다, 역시나 또, 어른이 좋은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구실 애들이 보면 내가 그렇게 어려 보인다고 한다. 외면 말고, 내면이. 그게 나도 좋았는데, 이제는 이러 이러해서 그렇게 살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얘기했다. 어쩐지 이제는, 소년 같은 삶 보다 언제고 믿을 수 있는 아버지 같은 삶이 살아 보고 싶어졌다. 신뢰 할 수 있는 사람, 감정 표현도 조금 부족하게 그냥 웃고 마는 그런 사..
순간순간 집중 집중.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잘 하려고 하고 있다. 여러가지 일을 벌이는 게 내 약점이지만, 또 다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난다는 건 장점이라 생각했다. 집중하면 다 잘 할 수 있다.. 믿고 그렇게. 20대 때 자주 떠들던 말 있었지. 나중에 여러가지 문제 연구소 이런 것 차리겠다고. 그걸 차리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맞장구를 쳤었나, 그것도 분명친 않다. 실수였다. 한 가지를 아주 잘 하는 연구소를 차릴 계획을 세웠어야 하는데.. 여러가지를 아주 잘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연구소라면 그래도 여전히 차리고 싶다. 유머를 찾자. 몇 주 동안 너무 가라앉아 있었어. 좋은 사람이 되겠다. 정말로 좋은, 멋있는 사람. 올 해의 일들은 그런 메시지라고 생각했다, 그런. 내가 너무 못 하니까 보기 딱해서 보내셨어.
오전엔 성공적이었다. 잠 덜 깼지만 부스스하게 달려가 교리공부하고, 미사 봤다. 역시 오늘도 이어지는 가톨릭 교리를 왔는데 수녀님이 시국 선언 얘기를 하시는 게 어색하지 않은 기분.. 미사는 특별한 건 없었고, 기도하자 그런 얘기. 교리는.. 내가 30년 넘게 교회를 오갔으니 사실 아주 새로운 건 없다만, 그냥 어렸을 때 주일학교 다니던, 그런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시간이었다. 말구유 그림을 보고, 생각나는 것을 얘기해 보세요 하시면, 아... 네... 그게.. 성경 구절 찾는 법, 성호 긋는법 배우고, 주일학교 정말 그러니까. 그래도 새롭고, 배우는 점이 많다. 천주교는 전체적으로 차분하다면 차분하고, 사람 따라서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뭔가 묘한 분위기가 있는데 그게 싫지 않은 기분이다. 뭘 많이 물어보..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자리를 바꿔달라는 여고생이 붉은색 정권퇴진 선전물을 흔들고 있는데 어색하지 않은 이 공기. 이베리아 반도 여인이 탱고 춤을 추는 데 친숙하게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 기차 전체에 흘렀다. 나는 기억이 어떤 게 있냐면, 뭐 많겠지만 그냥 오늘 기억난 건. 1학년 때 큰 일이 있어서 밖엘 나갔는데, 고대에서 종로까지 학생들로 가득차 있었다. 짐을 들고 인도를 따라서 뛰는데 뭔가 그냥 이것만으로 대단한 일이 일어나고 있고, 바뀔 것 같다고 생각했던 그런 기억이 났다. 크게 바꾸진 못했다 사실. 그 뒤 불어닦친 외환 위기 속에서 뭐 특별히 나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진 못한 것 같다. 다만 그 기억만은 아직도 선명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길에 나왔으니, 무언가 엄청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
버티는 것
적정하다 "정치적 무력감에서 비롯된 분노는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는 개인개인들에 대한 인적 비난으로 분출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무력감에 대한 분노는, 정치적 효능감을 다시 찾을 수 있는 민주적인 제도의 발전을 향해 분출되어야 한다." 적정절차의 결여와 권위의 사유화 기고 http://civiledu.org/1119